모하라의 인포데스크

독일 대통령의 눈물과 뺨 맞은 일본

mohara 2005. 3. 22. 13:02

읽다보니 공감 가는부분이 많아 이렇게 글을 펌해왔습니다...

 

 

[이스라엘 현지취재] 일본이 배워야 할 독일의 사죄방식

 


 

▲ 유대인학살박물관 개관식을 보도한 <마아리브> 3월 16일자 1면.

 

 

 

지난 3월 1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독일 나치 치하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 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야드바셈 유대인학살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 세계 40여개국의 대통령과 수상, 외무장관이 참석한 국제 행사로, 이스라엘에선 최근 10여년만에 최대 외국 국빈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이미 1주일 전에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유엔의 주요 국가들이 다각도로 개관식에 참석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뉴욕시장 블룸버그에게 미국 방문단 대표로 유대인학살박물관 개관식에 참석케 했다.

이스라엘, 일본 인사 초청 안해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번 행사에 일본 인사는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왜 일본을 초청 대상에서 제외시켰는지를 다음날 정치면 사설 옆에 실어 그 관심이 증폭되었다.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시각은 곧 전 세계 외신에

     또 다른 뉴스거리가 되었고,

     왜 유엔의 주요 국가들과

     세계의 귀빈들이 참석한

     행사에 일본이 제외되었는

     가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

     다.

     이때가 마침 고이즈미 준이

     치로 일본 총리가 최근 친히

     이스라엘 수상과 팔레스타

     인 수반을 일본으로 초청해

     두 나라의 평화 진전에 기여

     하고자 한 외교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일본이 유엔 안전보

     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을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외

     교 강국 이미지를 조성하려

     는 노력에서다.

▲ 지난 3월15일, 예루살렘 유대인학살박물관 개관식에 일본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다룬 현지 기사.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 3월 15일자 3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교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이다. 외교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안에 어떠한 경로로든 참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유엔 주요 국가들이 다 참석한 이 행사에 일본이 아예 초청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일, 유대인 학살에 원폭 피해 편승 시도

이 외교적 소외는 일본의 외교뿐만 아니라 그들의 왜곡된 역사의식이 세계 외교무대에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일본은 이번 유대인학살박물관 개원에 즈음해 자신의 역사를 이 유대인학살박물관 개원에 편승하려 시도했다고 한다.

올해는 2차 대전 60주년을 맞이한 해로, 독일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의 학살 및 핍박에 종지부를 찍는 해로 박물관 개관 시기를 맞추었다.

일본은 자신들 역시 원폭 피해 60주년을 맞는 해로 두 사건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게 박물관을 함께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즉, 유대인의 희생을 성공적으로 부각시킨 대표적인 상징인 유대인학살박물관을 일본의 원폭피해를 알리는 장소로 쓸 수 있도록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공교롭게도 이번 행사에 일본측 인사는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유대인 학살과 비교하려 하였다는 것 자체가 분노를 살 일이었다.

즉, 일본이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로 사죄와 용서를 구할 처지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의 원폭 피해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마치 자신들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양 국제 사회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유대주의 측에게 유대인학살이 과대 포장되었다는 끊임없는 의혹에 시달려온 유대인들에는 더한 모독이었다.

 

일본이 배워야 할 것은 독일의 사죄방식

이번 유대인학살박물관 행사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이스라엘과 독일의 관계 변화였다. 일본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독일의 사죄 방식이다. 독일은 그 학살의 주인공으로 현재까지 적극적인 사죄와 반성으로 이스라엘에 신뢰를 쌓아왔다.


독일 대통령의 눈물 지난 2월 2일, 이스라엘과 독일수교 20주년을 맞아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 국회 연설 도중 사죄의 눈물을 흘린 것을 보도한 이스라엘 현지 신문.

 

 

 

지난 2월 2일 독일 쾰러 대통령이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예정된 독일 대통령의 이스라엘 국회 연설을 앞두고, 이스라엘 국회에서 독일 대통령의 독일어 연설을 반대하였다. 나치 치하에서 듣던 공포의 독일어를 유대국가 이스라엘 국회에서 울려 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대인들의 반독일 정서는 국민은 물론 현 국회의원들 중에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법무장관이었던, 현 야당의 대표인 토미 라피드 의원도 부모가 나치에게 희생당한 대표적인 피해자였다.

하지만 일부 극우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국을 방문한 외국 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독일어 연설을 허락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독일 대통령의 연설은 어떤 불상사나 외교 결례가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재치는 화해와 감동의 연설을 연출했다. 그는 연설의 첫 문장을 애써 배운 히브리어로 또박 또박 읽으며 시작했다. 그리고 자국어 독일어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하이라이트는 과거사 사죄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독일 대통령은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굵은 눈물 방울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유대인 의원들은 물론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고, 다음날 이스라엘 신문에는 독일 대통령의 두 눈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래서였을까? 이스라엘 정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독일산 벤츠를 대거 정부 공식행사에 투입했다. 이스라엘은 학살 주범 나치 독일을 경멸하며 독일 상품을 반대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독일 차 벤츠의 공용 사용 금지였다. 유대인 학살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외국 국빈들을 숙소에서 박물관까지 모든 차량을 벤츠로 바꾼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유대인의 학살박물관에 동승해야 할 민족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이다.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일본은 오히려 전범으로 사죄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역사의식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부터 철저히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교양을 갖춰야 한다. 특히 자신들이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유엔의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강한 열망이 있다면 우선 그에 걸맞은 국제 양식과 교양부터 가져야 한다.

하필이면 유대인들에게서 '철퇴'를 맞은 일본의 국제적인 해프닝이 벌어진 때가, 지구 반대편 우리 한반도 땅인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겨대며 역사교과서 왜곡을 추진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아직도 멀었다. 
 

2005.03.18/이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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