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라의 맛나는세상

[만나굴집/천북] 꿩 대신 닭, 굴 대신 낙지

mohara 2007. 10. 2. 01:52

천북은 굴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서해안이 그렇듯이 넓은 뻘 지역을 가지고 있어 뻘에서 나오는 풍부한 어패류로 사시사철 푸짐한 어류를 접할 수 있지만, 특히나 11월부터 4월까지 이러한 청정 뻘에서 나오는 굴이야 말로 맛과 영양이 풍부한 바다의 보물이라해도 지나침이 없겠습니다. 10월이면 그래도 통통하게 살이 찌진 않았어도 쌀쌀한 날씨 탓에 맛나는 굴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굴단지로 유명한 천북으로 향했습니다만....이런! 11월은 되어야 제대로 된 굴을 접할 수 있다니 굴 단지의 그 많은 가게들 어디에서도 굴을 먹을 수 없다니 이거 먼 길을 온 제게 이건 낭패입니다. 하지만 굴 단지로 유명한 천북이라 하더라도 바다에 접한 이 곳이 굴 밖에 없겠소냐~

 

 

 

 

굴 단지 앞 바다는 물이 빠져 뻘이 완연히 넓게 드러나 있습니다. 몇 집을 다니며 굴 먹으러 왔다고 했는데 다들 11월에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고 다른 걸 권하십니다. 그 집들 중 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홀로 나들이 였기에 바지락이 푸짐한 해물칼국수나 어떨까하여 들러봤지요. 

 

 

내부를 보니 역시나 굴구이를 해 먹거나 조개구이를 해 먹기 딱 좋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굴칼국수라 써 있지만 굴 철이 아닌지라 많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지도. 우선 칼국수와 산낙지를 주문해 봅니다. 가게 앞을 보니 커다란 빨간 대야들 중 하나 안에 낙지들이 돌아 다닙니다.

 

 

뻘에서 잡은 낙지들이야 말로 힘이 좋고 생명력도 강합니다. 어찌나 쌩쌩하던지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입니다. 

 

 

 

산낙지 두마리(10,000원)를 잘라내어 참기름을 가미하니 고소한 내음과 함께 쉴새없이 꿈틀꿈틀 파도 높이 넘실대는 바다같습니다.

 

 

초고추장에 넣었더니 지 혼자 꿈틀거리다가 온 몸에 고추장이 범벅되어 버리네요. 하지만 역시나 고추장과 함께보다는 그냥 그대로 먹는 편이 맛이 훨씬 좋습니다. 빨판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먹구멍으로 넘기면서도 목구멍까지 따끔따끔 할 정도로 연신 힘을 잃지 않고 움직여댑니다. 이렇듯 힘 좋은 낙지는 여태껏 만나보지 못�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맛과 씹히는 치감 또한 남다릅니다.

 

칼국수 면이야 이미 만들어진 것을 쓰지만 즉석으로 만들어 내 주시는 칼국수 맛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아직은 작지만 굴과 바지락, 그리고 낙지머리(산낙지 먹고 남은 대가리들)가 그대로 들어 있는 4,000원짜리 칼국수의 국물부터 들이켜보니 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질 만큼 속이 풀리는 느낌에 싱그러움까지 느껴집니다. 칼국수의 맛이야 면의 충실함이 중요하겠지만 이 같은 실한 재료들로 인한 국물 맛의 탁월함때문인지 여느 유명 칼국수 못지 않게 특별합니다.

 

 

 

 

열무김치 맛이 꽤나 좋아 칼국수의 국물을 주욱 들이킨 후 열무김치를 사발 안에 죄다 쓸어 넣어 섞어 먹으니 그 또한 별미입니다.

 

굴을 목적으로 방문했던 천북 굴단지에서 목적인 굴을 접하진 못 하였으나 그에 못지 않은 산낙지와 칼국수의 시식으로도 아주 만족스런 나들이가 되었던 듯 싶었답니다. 요 몇주일 동안 너무나 바쁜 일정에 쫓기느라 늘 몸살 기운을 달고 살던 제게 낙지 두 마리가 큰 활력이 되었던지 방문했던 어제 이후 몸이 아주 가벼워 짐을 느끼는 중이네요. 몸이 허~ 하신 분들 산낙지 몇 마리 잡아 드시오~

 

 

 

 이상은 모하라였습니다....